사외이사의 변질된 역할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 체제가 도입된 지 28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역할이 주주 보호에서 벗어나 전관의 이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는 본래 회사 경영진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 제도가 그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알박기와 이해충돌의 실체
'알박기'란 특정 직위에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에서는 국세청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로 장기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특정 전문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명목 하에, 사실상 이해충돌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무 문제에 밝은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가 세무 관련 이슈에서 회사에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경우, 이는 공정한 감시와 견제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로펌과 상장사의 복잡한 관계
대형 로펌 소속의 전관들이 고객사인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사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사외이사가 속한 로펌이 상장사로부터 큰 규모의 소송 의뢰를 받고 있다면, 해당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객관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주된' 로펌 소속이 아니라면 사외이사를 맡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규정이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개선 방안과 전망
현재와 같은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명성과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사외이사의 선임 과정에서부터 그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정기적인 감사 및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는 인사의 범위와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여, 실제로 경영 감시와 견제를 수행할 수 있는 인사가 선임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으나,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 거버넌스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결국, 사외이사 제도의 본질적인 개선을 통해 한국의 주식 시장 전반의 평가가 재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